몸값 1억…내가 물로 보이니

입력 2021-11-25 17:12   수정 2021-12-03 15:30

“욕조 가득 에비앙을 채워주세요.”

팝스타 마돈나가 제시하는 월드투어 조건에는 늘 ‘에비앙’이 포함돼 있었다. 에비앙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수로 만든 프리미엄 물. 풍부한 미네랄을 품은 이 물 한 모금이면 깊은 청량감에 입안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패리스 힐튼은 먹는샘물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블링 H2O’를 애완견에게 먹인다. 와인처럼 병 입구를 코르크 마개로 감싼 이 물의 가격은 750mL 한 병에 38.98달러(약 4만6000원). 한국에서 사려면 최소 7만5000원은 줘야 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물만 골라 찾는다. 귀하고 좋은 물이어야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물 마니아’가 곳곳에 있다.

깊고 넓은 럭셔리 물 생태계
물은 주의 깊게 마셔보면 제품마다 맛과 목넘김이 미세하게 다르다. 물속에 함유된 미네랄, pH, 경도, 탄산화 정도에 따라 청량감, 풍미, 신맛, 단맛, 짠맛, 비린맛 등이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물’로 꼽히는 값비싼 제품은 수원지가 독특하거나 미네랄 함유량이 높은 게 많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물을 500mL에 1000원 이상인 생수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프리미엄 물 가운데 500mL에 몇만원대를 훌쩍 넘는 ‘초(超)프리미엄 물’도 수두룩하다.

프리미엄 물의 기본 요건은 ‘좋은 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지 않고 미네랄이 적당히 함유된, 약한 알칼리성 물을 좋은 물로 정의한다. 여기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용해돼 있고 물 분자구조가 적으면 더 좋다. 프리미엄 물엔 여러 종류가 있다. 빙하수, 해양심층수, 기능성 물, 탄산수 등 종류에 따라 브랜드도 수십 가지다.

함유 성분을 따져보고 효능에 따라 필요한 물을 골라 마시는 이들도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프리미엄 물 활용 공식이 있을 정도다. 캐나다 빙하수로 만든 ‘휘슬러’는 산성 노폐물 제거 효과가 높아 숙취가 있을 때 제격이다. 과식한 날에는 탄산수소염 성분이 들어간 ‘게롤슈타이너’로 청량감을 찾기도 한다.
한 모금에 수백만원짜리
프리미엄 물에 특별한 소재의 병까지 더하면 그 값은 더 치솟는다. ‘억’ 소리 나는 초프리미엄 물도 있다. 올해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은 ‘베벌리힐스 9OH2O 다이아몬드 에디션’으로 꼽힌다. 1L 한 병의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1900만원). 마시기도 아까운 이 물은 세계에 딱 9병밖에 없는 ‘희귀템’이다. 프리미엄 물 중에서도 최상위 명품에 속한다. 블랙 다이아몬드 250개, 화이트 다이아몬드 600개 등으로 장식된 병에 캘리포니아산 물이 들어 있다. 미네랄, 칼륨, 칼슘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아 디 크리스털로 트리부토 모디글라니’는 한 병에 6만달러(약 7132만원)다. 프랑스, 피지, 아이슬란드 빙하에서 나온 청정수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물을 순금으로 둘러싼 병에 담았다. 금을 제거하고 가격을 낮춘 에디션도 있다. 이 물의 ‘저렴이’ 버전도 가격은 그렇게 착하지 않다. 한 병에 3600달러(약 428만원)는 줘야 한다.

2005년 할리우드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케빈 G 보이드가 상품화한 ‘블링 H2O’도 유명하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샴페인 형태의 병에 자연산 코르크 마개를 쓴 게 특징이다. 부드러운 목넘김에 상쾌한 청량감이 돋보인다. 2013년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1만 개를 장식한 ‘블링 H2O 더 텐 사우전드’도 출시했다. 가격은 2700달러(약 321만원).
럭셔리 생수의 매력은
프리미엄 물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물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전통 제과업체 오리온은 2019년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출시했다.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제주 용암해수를 원수로 활용해 고급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박채원 워터소믈리에는 “음식이나 맥주, 막걸리, 차의 맛도 물이 좌우한다”며 “매일 마시는 물을 더 건강하게 섭취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물을 사 먹기 위해 정수기를 없애는 사례도 있다. 프리미엄 물 마니아로 소문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 몸에 더 좋다고 해서 정수기를 없앴다”며 “좋은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매번 사 먹는 번거로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몇 년 안에 국내에 수십 가지 생수만 모아놓은 전문 판매대가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워터소믈리에는 “다양한 물을 마셔보고 구매할 수 있는 워터바나 워터카페가 생기는 것도 그리 머지않은 미래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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